본문 바로가기

미국 주식

세스 클라먼의 바우포스트, 2026년 1분기 포트폴리오 — 화려한 AI 대신 '지루한 현금'을 담았다 (버핏이 버린 비자까지)

반응형
'안전마진'이라는 말로 대표되는 가치투자의 전설, 세스 클라먼의 바우포스트 그룹(Baupost Group)이 2026년 5월 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13F 보고서(2026년 3월 31일 기준)를 들여다봤습니다. 미국 주식 포트폴리오 규모는 약 51.2억 달러(약 7.9조원). 그런데 명단을 열어보면, 지금 시장을 뜨겁게 달구는 엔비디아·팔란티어 같은 이름은 거의 없습니다. 대신 철도·배관 설비·보험 중개·전기 유통 같은, 한마디로 '지루한' 기업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죠. 게다가 — 바로 앞에서 본 워런 버핏이 이번 분기에 버린 비자(Visa)를, 클라먼은 반대로 새로 담았습니다.
💡 13F란? 운용 규모가 큰 미국 기관투자자가 분기마다 보유 종목을 SEC에 공개하는 보고서입니다. 거대 투자자의 '장바구니'를 들여다보는 창구죠. 단, 분기말 기준 스냅샷이라 '언제 얼마에 샀는지'까지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 '안전마진(margin of safety)'이란? 어떤 기업의 진짜 가치(내재가치)보다 충분히 싼 가격에 사서, 예측이 틀려도 손해를 덜 보게 만드는 완충 장치입니다. 클라먼 투자 철학의 핵심 단어예요.

■ 세스 클라먼은 누구?

1957년생 세스 클라먼은 1982년 바우포스트 그룹을 세워 40년 넘게 이끌어 온 가치투자자입니다. 1991년 펴낸 책 『안전마진(Margin of Safety)』은 절판된 뒤 중고가 수천 달러에 거래될 만큼 가치투자의 고전으로 꼽히죠. 벤저민 그레이엄에서 워런 버핏으로 이어지는 계보를 잇는 인물로, "먼저 잃지 않는 것"을 제1원칙으로 삼습니다.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으면 거액을 현금으로 쥐고 기다리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 클라먼의 원칙 — '먼저, 잃지 마라. 내재가치보다 충분히 싸게 사서 하락을 방어하라(안전마진).' 이번 포트폴리오가 화려한 성장주 대신 현금흐름이 뚜렷하고 이해하기 쉬운 실물 기업으로 채워진 것도 그 연장선입니다.

■ 바우포스트의 Top 7 보유 종목

1위 아마존(AMZN) — 12.7%, 약 6.5억 달러 (약 9,970억원)
2위 레스토랑 브랜즈(QSR) — 11.67%, 약 6.0억 달러 (약 9,167억원)
3위 웨스코(WCC) — 7.69%, 약 3.9억 달러 (약 6,035억원)
4위 유니온 퍼시픽(UNP) — 7.31%, 약 3.7억 달러 (약 5,739억원)
5위 엘리번스 헬스(ELV) — 7.3%, 약 3.7억 달러 (약 5,730억원)
6위 알파벳/구글(GOOG) — 6.62%, 약 3.4억 달러 (약 5,201억원)
7위 퍼거슨(FERG) — 6.58%, 약 3.4억 달러 (약 5,165억원)

상위 7개를 합치면 전체의 약 60%입니다. 그런데 면면을 보세요. 1위 아마존과 6위 구글을 빼면, 웨스코(전기·산업 자재 유통), 유니온 퍼시픽(미국 대륙 횡단 철도), 엘리번스(대형 건강보험), 퍼거슨(배관·난방 설비 유통) — 하나같이 뉴스 헤드라인엔 안 나오지만 실물 경제의 파이프라인을 쥔 기업들입니다. 화려하진 않아도 매 분기 또박또박 현금을 버는, 딱 '안전마진 투자자'가 좋아할 얼굴들이죠.

■ 2026년 1분기, 주목할 변화 3가지

비자(Visa)를 새로 담았다 — 결제망을 쥔 비자를 이번 분기 신규 매수했습니다. 흥미롭게도 같은 분기 워런 버핏의 버크셔는 비자를 청산했는데, 클라먼은 정반대로 들어간 셈입니다.

보험 중개·의료로 넓혔다 — 보험 중개사 에이온(AON), 의료기기 텔레플렉스(TFX), 백신 기업 백사이트(PCVX), 그리고 크루즈 선사 노르웨이지안 크루즈(NCLH) 등을 새로 담았습니다. 경기와 실적이 눈에 보이는 실물 기업들입니다.

저가 유통·핀테크는 정리 — 달러 제너럴(DG), 결제기업 파이서브(FISV)·FIS, 리버티 글로벌(LBTYA) 등에서 손을 뗐습니다.

구분 종목 내용
🆕 신규 매수 비자·에이온·텔레플렉스·백사이트·노르웨이지안 크루즈·DNOW 결제·보험중개·의료·여행
🔺 확대 아마존·퍼거슨·구글·아메리콜드(COLD) 기존 핵심 소폭 증량
❌ 청산 달러 제너럴·파이서브·FIS·리버티 글로벌 저가유통·핀테크 정리

(▲ 분기 보유 변화 — 신규·청산까지는 차트가 못 담아 위 표로 정리)


차량용·인테리어 스티커 브랜드 크레코


■ 그때(2026년 1분기), 시장은 무엇에 열광했나?

클라먼이 철도·배관·보험을 담은 건 2026년 1분기(1~3월). 그 무렵 시장의 스포트라이트는 온통 AI를 향해 있었습니다. 엔비디아·팔란티어 같은 이름이 연일 신고가를 쓰고, "AI가 세상을 바꾼다"는 탐욕이 지수를 밀어 올렸죠. 바로 그 열기의 한복판에서, 안전마진의 대가는 정반대로 움직였습니다 — 모두가 쳐다보지 않는 '지루한' 실물 기업에 조용히 돈을 넣은 겁니다. 남들이 비싼 미래를 살 때, 클라먼은 싸 보이는 현재를 택했습니다.

■ 그래서 지금(2026년 7월)은?

그 사이 시장은 더 올랐습니다. 2026년 여름 미국 증시는 AI 붐을 타고 사상 최고치 부근, S&P500은 여러 주 연속 오르며 긴 랠리를 이어갔죠. 결과만 보면, 랠리의 주인공은 클라먼이 산 철도·배관이 아니라 그가 외면한 AI 주도주였습니다. 다만 이는 결과론적 해석입니다. 안전마진 투자는 애초에 '가장 많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 '크게 잃지 않는 것'을 노리기에, 랠리 소외 자체가 실패를 뜻하진 않습니다. 진짜 채점은 시장이 꺾일 때 이뤄지니까요.

■ 낙관과 공포 — 'AI를 비켜 지루한 가치주로', 두 시나리오

같은 '지루한 가치주 담기'를 두고, 정반대의 두 이야기가 가능합니다.

😇 낙관 · IF 천사
거품은 언젠가 꺼지고, 그때 살아남는 건 매 분기 현금을 버는 실물 기업이다. 철도·배관·보험 중개는 경기가 어떻든 세상이 계속 굴러가는 한 돈을 받는 '통행료' 사업이다. (사업) 만약 클라먼이 이들을 남들이 거들떠보지 않아 충분히 쌀 때 담았다면, 하락장에서 방어력은 그의 이름값대로 발휘된다. (타이밍) AI 열기가 식을수록, 검증된 현금흐름의 가치는 되레 도드라진다. (거시)
😈 공포 · IF 악마
문제는 '싸다'는 게 '오른다'는 뜻이 아니라는 것. 시대가 AI로 넘어가는데 옛 잣대로 싼 것만 좇으면 '싸서 샀는데 계속 싼' 가치 함정(value trap)에 빠진다. (밸류) 만약 이 종목들이 구조적으로 성장에서 밀려나는 중이라면, 방어는커녕 기회비용만 쌓인다 — 그사이 AI 주도주는 몇 배가 올랐으니까. (타이밍) 저금리·유동성 장세가 길어질수록, '안 오르는 안전주'는 가장 비싼 선택이 된다. (거시)
글쓴이 균형 — 13F는 클라먼이 이 기업들을 얼마나 싸게 담았는지 보여주지 않습니다. 하락을 막아줄 진짜 안전마진이었는지, 시대에 뒤처진 가치 함정이었는지 — 답은 다음 하락장이 채점할 겁니다.

📊 지금 이 거시 흐름에서, 클라먼의 선택은?

2026년 미국 증시를 떠받치는 엔진은 AI 자본지출(capex) 붐입니다. 빅테크가 데이터센터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고, 그 기대가 지수를 끌어올려 왔죠. 클라먼의 포트폴리오는 이 엔진에 일부러 올라타지 않은 선택입니다. 아마존·구글로 AI 시대에 한 발은 걸치되(1·6위), 무게중심은 경기와 함께 도는 실물 인프라·결제·보험에 뒀습니다. 버핏이 '검증된 현금흐름(구글)'을 골랐다면, 클라먼은 한 걸음 더 방어적으로 — '가장 덜 빠질 자리'를 고른 셈이죠. AI 랠리의 소음 속에서, 그의 선택은 조용한 역발상입니다.

글쓴이 한마디 — 6명의 거장을 차례로 열어봤는데, 마지막 클라먼이 가장 '느린' 투자자라는 게 묘하게 인상적입니다. 누구는 반도체를 쓸어담고 누구는 AI에 공매도를 걸 때, 그는 철도와 배관을 사서 조용히 기다립니다. 정답은 아무도 모르죠 — 그래서 다음 글에선, 지금까지 본 6명의 장바구니를 한 판에 겹쳐 누가 무엇을 함께 담았고 어디서 정반대로 갈렸는지 살펴보려 합니다.

ℹ️ 출처 및 유의사항
· 포트폴리오: SEC EDGAR 13F-HR (바우포스트 그룹, 2026년 5월 제출 · 2026년 3월 31일 기준)
· 시장 동향: 2026년 6~7월 미국 증시 보도(CNBC 등) / 환율: 1달러 ≈ 1,535원(2026년 6월 말)
· 13F는 분기말 후 최대 45일 내 공시되며 보유 현황만 보여줄 뿐 매수 시점·단가는 알 수 없습니다. 낙관·공포 시나리오는 가정에 따른 해석이며, 본 글은 정보 제공 목적이고 투자 자문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반응형